우주에서도 내 자궁은 피를 만들겠지?

장밋빛 우주 관광시대 전망을 바라보며
– 우주에서도 내 자궁은 피를 만들겠지? 

 

이러다 정말로 우주 관광객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5월 31(한국 시각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사람이 탄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ISS는 머리 위 400km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도는 거대한 연구실로우주 비행사가 먹고 자며 실험을 하는 곳이다이번에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 드래곤에 탑승한 사람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 비행사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대표가 허풍선이 부자인 줄 알았다우주 관광 시대를 열고 화성에 50만 명을 보내겠다며 벌였던 여러 실험이 실패하고 또 실패했었기 때문이다그러다 어느새 스페이스X는 ISS에 물건을 보내는가 하면 이번엔 사람까지 날렸다우주여행 티켓이 정말로 내년에 사용되는 건 아닐까? 3월 5일 스페이스X는 이르면 내년 2분기에 우주비행사가 아닌 일반 관광객 3명을 최초로 ISS에 보내겠다고 했고최초의 일반인용 우주선 탑승 티켓은 이미 5500만 달러(약 656억 원)에 팔렸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우주여행을 위한 상식

티켓의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보나 머스크가 풍기는 부자 괴짜 향내로 보나 스페이스X가 그리는 미래에 나 같은 조무래기가 낄 틈새는 없어 보이지만또 아름다운 지구를 고쳐 쓰는 대신 화성에 거주지를 건설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도 들지만그래도 상상해본다내가 가면 어떨까이벤트를 좋아하는 머스크가 돌연 티켓 추첨 행사를 열어 제 3세계에서 야근하다 일자목을 얻고 고통 속에 사는 30대 여자가 당첨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여러분도 나와 비슷한 상상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어린 시절 그렸던 SF그림에서 우주여행은 단골 주제였으니까나 같은 조무래기도그러니까 남녀노소가 모두 우주여행을 안전하게 하려면 알아야 하는 상식은 무엇일까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우주에서 어떻게 월경을 할 것인가. 1961년 처음으로 여성 우주비행사를 뽑았던 NASA가 주로 했던 우려 역시 월경하는 여성의 건강 문제였다.

 

 

주된 걸림돌은 우주 비행사가 겪는 심혈관 문제에 있었다우주는 지구에 비해 중력이 매우 작다. ISS에도 숨 쉴 공기는 있지만 중력은 없다혈액과 체액을 발끝까지 내려주던 중력이 없어진 우주에서 비행사들은 얼굴이 붓고 다리가 닭다리 모양이 된다혈액과 체액이 상체와 얼굴로 역류해 위쪽이 탱탱 붓는 것이다월경 혈액은 위로 올라가지 않을까?

 

다행히도 과학자들은 월경이 일어나는 원리가 혈액 순환 원리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혈액은 심장과 혈관이 수축했다가 이완하는 펌프질에 힘을 받아 움직이지만생리혈은 자궁 안쪽 벽이 허물어지면서 생긴다벽 자체가 허물어지므로 생리혈은 다른 혈액과 달리 역류할 가능성이 없다여성 우주비행사들 역시 우주의 월경이 지구의 월경과 똑같다고 말한다다만 생리혈이 생리대 패드로 흡수되는 것을 돕는 중력이 없어졌으니 탐폰을 쓰는 게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성 우주비행사들이 월경을 피하는 이유

 

그럼에도 여성 우주인은 대부분 우주에서 월경을 하기를 꺼린다불편하기 때문이다여기에는 여성 청소년이 수련회를 갈 때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불편할까봐 생리를 미루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미국이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공군 비행기 조종사 중에서 뽑았던 이래 우주는 여성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곳이었다. 우주로 간 500여 명의 우주인 중 여성은 6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우주는 남성중심적인 공간이다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페기 왓슨이 1983년 우주로 갈 때 남성 엔지니어들이 일주일간 쓸 탐폰으로 200개를 주려고 했다니당시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사람들이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0년부터 짓기 시작한 ISS 역시 여성의 월경을 고려해 설계됐을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대표적으로 우주인이 샤워를 하고 버린 물과 소변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은 생리혈을 정화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정화 시스템에 혈액과 같은 고체를 걸러내는 기능은 없는 것이다이런 탓에 많은 여성 우주인들이 물을 아끼는 등 여러 이점을 얻기 위해 생리를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다.

 

 

안전한 월경 중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와 연구

 

경을 중지한다니위험하지는 않을까다행히도 이를 주제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 있다전세계에 단 한 사람뿐이지만 말이다바로 NASA에서 10년째 세계 유일의 우주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바샤 자인(Varsha Jain)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인간및항공우주생리과학센터(CHAPS) 연구원이다. 2016년에는 생리를 멈출 수 있는 선택지를 살피고 평가하는 논문을 학술지 ‘npj microgravity’에 발표했다여성우주인들은 대부분 경구용 피임약을 휴약 기간 없이 먹었고일부는 피임 임플란트나 자궁내장치(IUD)를 삽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피임 임플란트나 자궁내장치가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첫째 이유는 무게에 있다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짐은 한정적인데우주비행사가 피임약을 먹을 경우 3년간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 미션에서는 1100개에 달하는 알약을 준비해야 한다피임 임플란트나 IUD는 이륙 전에 몸에 삽입하므로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무게를 초과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운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게다가 착륙이나 이륙에서 느끼는 강한 중력으로 몸에 넣은 피임 임플란트나 IUD가 위치를 옮겼다는 보고도 없다이어서 자인 연구원은 지난 5월 5일 경구용 피임약 복용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도 학술지 ‘Aerospace Medicine and Human Performance‘에 발표했다우주 비행으로 피임약의 부작용 중 하나인 혈전증 위험이 더 커지지 않는지 살펴본 것이다. ‘혈전증은 혈관에 피떡과 같은 혈전이 생겨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현상이다피임약이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 중 회복하기 힘들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여성 우주인 38명을 조사한 결과, “우주 비행이 특별히 혈전증 발병 위험성을 더 높이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여성 우주인이 일반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발병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그러면서도 연구팀은 실제 비행이나 사전 훈련 중에 혈전이 생길 위험성을 높이는 순간들이 있다, “더 자세한 연구를 위해 혈액 검사가 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인 연구원이 후속 연구를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NASA에는 여성 우주인이 생리를 할지 말지하지 않는다면 어떤 피임법을 이용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정작 나에게 안전한 방법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정보는 충분치 않다. 지금껏 여성 우주인이 워낙 적어 관찰 연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자인 연구원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6년 논문에서 지구에서 군인비행기조종사 등이 이용하는 생리억제법 연구와 협력이 필요하다, “여성우주인은 생리를 억제하는 방법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정보를 가장 빠르게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우주 관광이 현실적인 미래로 이야기되고 있는 지금인류가 놓치지 말아야 할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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