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목욕한 적이 언제였더라?

목욕과 재생

 

바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마치 넘어야 하는 산처럼 느껴지는 씻는 시간.  물이 몸을 훑고 지나간 흔적을 후다닥 닦아내고 일상에 복귀하는 식의 샤워시간은 개운함과 그 여운이 길지 못하고, 때로는 귀찮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런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드릴까 해요. 최근에 ‘샤워’가 아니라 ‘목욕’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상징적으로 목욕은 ‘다시 태어남’의 의미가 있습니다. 뚜렷한 형체를 가졌던 우리 몸이 물에 들어갈 때는 물의 흐름으로 인해 잠시 흐릿하게 물과 일체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지요.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굴 때에는 잠시 자연으로 돌아갔다가, 물에서 나올 때는 더 깨끗하고 나은 자신이 되어 나오는 우리. 오늘은 우리 샤워가 아니라 목욕을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상의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로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피로의 얼룩들을 물 속에 흘려보내고, 우리 다시 태어나보는 거에요.

 

차분한 재즈를 재생하고서, 언젠가 쓰려고 아껴두었던 입욕제나 향이 좋은 비누를 과감하게 사용해보기로 합시다. 욕조에 서서히 차오르는 물,  잔잔한 물에 손을 넣어 휘휘 저으면서 나에게 꼭 맞는 온도를 맞추는 과정, 그리고 뭉친 근육이 사르르 녹는 듯이 온몸을 감싸는 목욕의 여정 전부를 즐겨봅시다. 나의 피로를 안고 수챗구멍으로 뱅글뱅글 돌며 사라지는 물의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빠르게 욕조를 떠나는 물에 더 흘려보내고 싶은 삶의 고민은 없는지 조금은 멍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구요.

 

목욕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리 기를 써도 잘 되지 않았던 명상도, 멍을 때리는 일도, 그리고 심지어는 고민없이 잠에 드는 것까지도 조금은 수월해진답니다. 수고많았던 오늘의 하루를 뒤로 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시간을 선물해주세요. 그리고 내일 하루는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한번 잘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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