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택스를 아시나요?

 

 

생리대에 붙는 예쁜 세금

– 핑크택스(pink tax)

핑크택스(pink tax)는 같은 상품이라도 여성용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좀 더 비싸지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해 붙여진 명칭이다. 실제로 뉴욕시 소비자보호원이 2015년 24개의 온ㆍ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800개 제품의 남녀용 가격 차이를 조사한 결과,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로 나타난 반면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에 불과했다. 또 여성용 또는 소녀용 제품은 유사한 남성용, 소년용 제품보다 평균 7%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핑크택스(Pink tax)에는 성(gender)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매해야하는 물품 비용도 포함된다. 생리대는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선 여성단체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2004년 생리대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폐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가격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 수준으로 꾸준히 올랐다는 것은 자명한 문제이다.

 

 

 

그리고 핑크길티(pink guilty)  – 생리대를 버릴 때마다 느껴지는 죄책감

생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은 핑크택스(Pink tax)뿐이 아니다. 생리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일생동안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 있다는 것과 더불어, 생리대를 버리면서 발생시키는 환경적 부담에 대한 죄책감이 숙명처럼 늘 따라온다. 나는 이러한 심리적 부담 또한 반드시 주목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래서 ‘핑크길티(pink guilty)’라는 이름을 붙여보았다.

 

아니, 고작 6그램도 안될 이 생리대 하나쯤 버린다고 해서 얼마나 큰 환경적 부담이 된다고?

 

한 해 ‘일반쓰레기’로 처리되는 생리대 국내 기준 약 “3만 2천 4백톤”

아는 것은 상처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러니, 이 부분을 읽으면 상처받으실 것이다. 여성은 13살부터 50세까지 37년간 500번의 생리를 한다. 하루 평균 5개를 5일 동안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평생 동안 약 11,000개의 생리대를 사용하게 된다. 한 해 동안 버려진 일회용 생리대는 20억 개 정도가 되며, 이것을 늘어놓으면 2만 km에 달한다. 이렇게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 혹은 매립되는 생리대의 양은 1년에만 약 “3만2천4백톤”가량 된다.

 

 

매립된 생리대에서 흘러나오는 석유, 플라스틱, 화학적 향료, 다이옥신

일회용 생리대는 사용 후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돼 땅에 매립된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생리대들이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에틸렌을 기본으로 하는 플라스틱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생분해되지 않는다. 실제 매립된 생리대가 분해되는 데에는 수백년이 걸릴 수 있다.

또한, 이때 염소계 표백제 등의 화학물질이 땅과 강에 스며든다. 이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뿐 아니라,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 등 환경 호르몬이 발생하여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이 된다. 최근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 생리대 제품이 시장에 많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생리혈의 방수기능을 하는 부분만큼은 기능상 특징 때문에 여전히 폴리비닐계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는 없다. 당연하지만 폴리비닐계 재료는 자연분해되지 않는다.

 

나는 생리를 하고 그래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위와 같은 내용을 알게 된 이후부터 핑크길티가 늘 따라다녔다. 일회용 생리대를 그간 수없이 사용하면서 매번 이 생리대가 매립됨으로 인해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떠올렸다. 매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생리대 앞에서는 더 나은 대안을 선택할 수 없었다. 특히나 일하는 여성으로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은 선택의 문제가 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이러한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대안적 제품이 시장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파괴자로 태어난 숙명인가요?
내 몸’만’을 생각하겠다고 어느 누가 그랬던가? 대안이 있었다면 진작 선택했으리라.

그래, 이제 알겠다. 생리대는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환경에 부담된다는 것을. 그런데 생리하는 사람이 애초에 환경 파괴자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 어느 누가 “환경이고 나발이고 내 몸에만 좋으면 됐지.”라고 말한 적이 있단 말인가. 대안이 있었다면 최대한 환경적 부담이 덜한 제품을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핑크길티와 핑크택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대안이 있었다면 분명 더 나은 선택을 했을 좋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이러한 핑크길티(pink guilty)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새로운 생리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를 만들었다. 더불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공평한 생리권을 누리는 것을 기본가치로 하여 비화학적 생리대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일은 나의 일이었다.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어라운드바디가 지닌 가치를 이해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 기대감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짧은 글을 썼다. 제품서비스의 취지와 회사의 가치관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어라운드바디는 앞으로도 더욱 이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여성을 이롭게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라운드바디의 일이 될 것이다.

 

 


 

*어라운드바디 웹진에서는 여성의 몸과, 몸을 둘러싼 세상을 모두 이롭게 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무해한 글로 세상의 자극을 덜어내고, 잠시나마 우리 모두의 심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우리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분들의 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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