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그냥’이 주는 영감

옥스퍼드주에 사는 87세 할머니가 비행기 위에서 하는 곡예인 윙 워킹에 도전하여 성공했다. 그 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짚와이어를 통과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상어와 함께 수영을 하기도하고, 100미터 높이에서 로프로 하강하는 압자일렌도 완수했다. 이 도전을 통해 성금을 모아 지금껏 15만 파운드, 한화로 약 2억 2천5백만원을 기부했다. 할머니가 평생 도전을 해오며 살았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첫 이색 도전은 75세 때다.

 

 

전혀 새로운 영역에 쓱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도전기를 들어보면 예상외로 싱거운 경우가 많다. 대단한 결심이나 준비도 없이 ‘그냥’ 해봤다는 것이다.


“와, 대체 어떻게 도전을 시작하셨나요? 결심의 동기가 무엇이죠?”

“음 그게… 그냥 해봤어요.”

 

고여 있길 사양하며 계속 전진하는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그냥 해봤어’라는 대답은 우리를 머쓱하게 만들지만 ‘그냥’이 ‘성공’과 연결되는 그 서사가 우리에게 위안이 된다. 내면에 일어난 파동은 시기의 문제일 뿐 분명히 영향력을 미쳐 삶의 사건으로 발생된다.

 

물론 영감이 개인의 삶에서 실제 행동으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을지도 모른다. 도전해볼 수 있음 직한 것들을 가정해보며 달뜬 희망에 부풀었다가, 확률적으로 많은 경우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규칙없이 공중을 맴돌다 바닥에 안착할 것이다. 영감을 얻었다고 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거나 해야 하거나 아무튼 그냥 그럴 수는 없다. 작은 리스크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연약하고 위태로운 일상을 이어가는 중에는 더더욱 새로운 도전은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진다.

 

확률이 아닌 시도의 문제

확률의 문제라면 성공의 문제가 된다. 나이 40에 그냥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독일계 회사에 취업을 했는가? 취업 성공의 이야기가 되겠다. 하지만 시도의 문제라면 ‘그냥’의 서사가 개인에게 미친 파동의 크기가 좌우할 것이다. 그건 그냥 한 발을 내딛는가의 문제가 된다. 인생이 새로운 도전을 부를 때, 그냥 그것을 해보았는가. 나는 전적으로 시도를 해보았는가의 관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해볼 수 있는 자세. 여러 번 그냥 하다보면 그 중 한 개는 성공할 수 있다. 확률의 문제는 시도 뒤에 있다.

 

윙워크를 하는 87세 할머니

 

그냥 하게 됐어요.

 

세상에 없었던 위생용품을 만들고 있다. 소재개발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일이 맨땅의 헤딩이다. 전공과 이력을 살펴보던 투자자들은 ‘니가 (감히) 왜…?’ 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시작의 동기를 반드시 물었다. 왜 했어!? 라는 질문엔 습관적으로 움츠러들지만 정말이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왜 했냐면, 그냥 했습니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도 ‘그냥’의 파동이 발현되는 영광의 순간이 오다니. 한편으론 기뻤다.

 

황당해하는 눈빛들 앞에서 의기를 높였다. 해냈어! 나는 ‘그냥’을 실현했어. 확률적으로 성공의 문제가 될지는 뒤에 오는 이야기. 아직 성공도 아닌데 해냈다고 하다니 싱거운가. 원래 그냥의 성공은 싱겁고 머쓱한 것이다. 필요한 것이어서 그냥 만들고 있다. 나아가고 있다. 우리 삶에 필요한 많은 것들이 그냥 만들어지고 사랑받고 있다. 이 제품 역시 꼭 필요한 곳에서 사랑받으리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그냥 나아가고 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난 지나치게 늙어서 그것을 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걸 들어왔다. 이제 그 말을 멈추고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하도록 장려할 것이다. 슬프게도 모든 연령대에 사람들이 TV앞에 앉아서 혹은 핸드폰을 만지는 것 이외에는 많은 일에 도전하지 않는다”

– 트리쉬 웨그스태프(8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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