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였다. 34살이 된 올해의 나 역시 여전히 미성숙한 사회적, 법적 성인에 불과하지만 요즘 부쩍 자주 생각하는 내 인생의 theme이 있다면, 개인이 가지고 태어나는 DNA 즉 기질에 관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것은 쉬이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부쩍 자주한다. 지금의 나 역시 어렸을 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진정한 자아 찾기를 시작한 20대와 30대를 보내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어렸을 때의 순수하고 또 순진한 날 것 그대로의 내 모습을 더 자주 발견하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내가 어렸을 때의 나와 다르게 보인다면 그건 단지 쉽지 않았던 자아실현을 위한 사회생활을 거치며 사회화됐고, 나를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 조금 세련 되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지금도 그저 나다.

 

 

어렸을 때 그리고 10대에는 미지의 세계를 동경해 낯선 외국어가 흥미롭게 느껴졌고 그게 내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20대에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도 박차고 나와 어학연수와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란어 통역이라는 ‘분명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것과 같은’ 직업을 선택하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내 안의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성취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점이 내가 이란어 통역 회사와 이란어 어학원을 만들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도록 이끌었다. 세부적인 디테일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크게 보면 나의 행동방식은 언제나 같았다.

 

지금까지의 나를 되돌아볼 때, 내게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예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에 진학할 때, 취업이 잘되는 혹은 여자에게 나쁘지 않다고 여겨지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졸업 이후에는 흥미도 없고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서 일을 하며 안정성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간 이후 오히려 확신을 얻어 곧바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이후에도 한국에 잠깐 들어와서 취업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다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이 끝난 이후에는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조건으로 그나마 적성에 맞는 직무의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나는 또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수도 있다.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나와 닮은 나 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이란아토즈라는 회사를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어린 나이에 해볼 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값진 경험들을 했고 지금까지도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 일련의 선택들을 통해 왠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를 내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고 확신한다. 

 

물론 힘들 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의 기질 때문에, 나는 늘 불안정성과 싸우면서 살아야 했다. 어찌 보면 불안정성이 곧 나인 것 같아 30대가 된 이후에는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 자신과도 싸워야 했다. 특히 2018년 후반부터는 내 일의 특성이기도 할테지만, 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일이 줄면서 삶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불안정성의 파도는 더욱 격렬하게 출렁여 나를 괴롭게 했다.

 

가까스로 쌓아올린 모래성이 허무하게 스러져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어야하는 무기력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와 다른 선택은 할 수가 없었다. 안정적인 선택지들이 달콤한 쵸콜릿 케익처럼 나를 유혹했고, 나는 더 자주 흔들렸다. 취업을 할까, 결혼을 할까 고민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거짓말일테다. 하지만 눈 앞의 안락한 선택들을 해볼까 했을 때 나는 늘 마지막 순간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원래의 나로 돌아갔다. 지금도 나는 버티면서 다음 내게 올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인생의 흔들림의 반복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더 강해졌고 그런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며 이제서야 조금 파도속에 누워서도 편하게 쉴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하게 되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업, 일 뿐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분들 에서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는 여자라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에서 그냥 생물학적인 여자로서의 내가 아니라 ‘나’의 선택을 믿었다. 그 결과로 나는 내 인생의 가장 유쾌하고 좋은 친구이자 든든한 동반자를 만날 수 있었다.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조금 밉고 못나보이더라도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자기만의 선택을 하길 바란다. 나 역시 또 내 앞에 닥쳐올 시련과 흔들림 속에서도 이 글을 떠올리며 또 나와 닮은 선택을 하면서 살 것이다. 내가 나 다울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답게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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